아바타도 못 살린 디즈니, 아이거는 해낼까(디즈니편 - ② )

2023. 1. 2. 17:28미국 종목 파헤치기

밥 아이거

 

2023년 아이거와 함께 턴어라운드? 주목해야 할 세가지

 

아이거 CEO가 체이펙의 회사 운영과 관련한 불만이 많았던 만큼, 2023년은 본격적으로 디즈니가 변화하기 시작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0일 취임한 아이거 CEO가 추진하는 변화가 회사의 장단기 실적에 줄 여파와 이에 대한 평가에 따라 주가도 함께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디즈니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투자 전문 사이트 팀랭크스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 21명 중 매수 의견이 17명 보유의  의견이 4명이였으며 매도 의견은 없었다. 이로써 월가의 평균 투자 의견은 강력 매수로 집계됐다. 이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 평균치는 120.76달러로 현 수준 대비 30% 이상의 상승 여력이 반영됐다. 목표가 최고치는 177달러, 최저치는 94달러다. 현재 주가는 87달러대로 월가 목표가 최저치에 크게 못 미친다. 

 

당장 디즈니에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저가 매수 전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금융시장과 거시 경제를 둘러싼 여건의 불확실성은 물론 회사가 커다란 변화에 봉착해 있다는 점에서 무조건 쌀 때 사는 것도 방법은 아닐 수 있다. 현재 디즈니를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매수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3가지 이슈는 다음과 같다. 

 

① ESPN, ABC 분사 가능성

 

스포츠 전문 채털 ESPN과 ABC 방송의 분사는 연말 디즈니를 둘러싸고 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스포츠 팬의 수를 따져볼 때 ESPN은 디즈니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ESPN과 ABC는 회사 전체 잉여현금흐름의 10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다. 

 

ESPN 분사 이슈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즈니의 지분을 상당 규모로 확보한 서드 포인트의 대니얼 러브 CEO는 "ESPN 사업이 디즈니에 상당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며 ESPN의 분사를 요구했는데, 이후 체이펙 당시 CEO가 이를 거부했고 러브도 이 같은 주장을 철회했다. 

 

웰스파고는 디즈니가 ESPN과 ABC를 분사하면 주가가 최대 50%까지 뛸 수 있다며 다시 이 같은 논의에 불을 지폈다. 웰스파고의 스티븐 카홀 애널리스트는 지난 20일 투자 노트에서 디즈니가 2023년 말 전에 ESPN과 ABC를 별도의 회사로 분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디즈니는 마블과 스타워즈, 픽사처럼 지식재산권(IP) 매출을 내는 온전한 IP 기업이 될 수 있다는게 분석이다. 

 

카홀 애널리스트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로 귀환하며 커다란 변화에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콘텐츠와 비용 합리화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회사에서 "캐시카우"의 역할을 하는 ESPN의 분사는 타당하다는 게 웰스파고의 판단이다. 특히 ESPN이 집중하는 스포츠 콘텐츠의 경우 디즈니가 직접 프로그램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스트리밍 비즈니스와 달리 일반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도 통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는 디즈니가 보유한 스트리밍 플랫폼 훌루의 지분을 컴캐스트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디즈니는 훌루의 지분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으며 컴캐스트는 나머지를 확보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CEO는 디즈니가 원할 경우 훌루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카홀 애널리스트는 훌루를 매각해 재정을 강화하고 ESPN 매각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조정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② 최강자 된 스트리밍, 이제 흑자 전환의 시간

 

팬데믹 이후 회사에서 빠르게 성장해 온 스트리밍 부문의 흑자 전환 성공 여부도 디즈니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런칭 3년 만에 넷플릭스로부터 최강자 자리를 빼앗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이제 회사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투자자들을 가장 우려하게 한 것도 바로 스트리밍 부문의 적자였다. 지난 1년간 디즈니는 콘텐츠에 300억 달러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새해 투자자들은 디즈니가 어떻게 이 부문에서 지출을 줄여가는지를 유심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 

 

스트리밍 사업의 흑자가 회사의 운영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아이거 CEO는 이미 이것을 회사의 우선순위로 선정했다. 아이거 CEO는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공격적인 마케팅과 콘텐츠에 대한 지출로 구독자를 뒤쫓기보다 우리는 수익성을 추구하기 시작해야 한다" 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사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매우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흑자 전환 추진의 일환으로 디즈니는 최근 구독료를 재편했다. 광고가 삽입되는 구독료는 월 7.99달러로 책정됐으며 광고 없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옵션은 월 10.99달러다. 업계는 이 같은 구독료 변화가 '디즈니 플러스' 수익성에 결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광고 측정 플랫폼의 EDO의 케빈 크림 CEO는 "디즈니 플러스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며 기본 플랜은 수익성을 향한 또 다른 진전"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기타 란가나탄 애널리스트는 " 광고가 들어가는 옵션은 시곗바늘은 꽤 많이 움직인다"며 "이것은 매우, 매우 중요하고 디즈니는 그것을 시의적절하게 해냈다"고 평가했다.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업계에서 최강자 입지를 차지하면서 디즈니가 이제 수익성에 집중할 수 있다며 주식 투자가 장기 성장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높은 수익성을 거두는 스트리밍 사업 및 성공적인 테마파크 부문을 갖춘 디즈니의 장래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③ 플로리다주와 갈등 해소

 

최근 아이거 CEO가 귀환하면서 정치권과 관계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플로리다 주의회 소속 의원들이 아이거 CEO의 귀환 이후 디즈니에 세제 혜택을 돌려줄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이거 CEO는 취임 후 "우리가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게 돼서 유감이었다"며 "플로리다주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중요했고 우리는 플로리다주에 중요한 존재였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주의 랜디 파인 하원의원은 "아이거는 이미 회사 측의 실수를 인정한 것 같다"며 "밥 아이거가 CEO였다면 이런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드샌티스 주지사 측은 디즈니에 다시 혜택을 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일단 유지하고 있다. 드샌티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드샌티스는 올해 서명한 법안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