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도 못 살린 디즈니, 아이거는 해낼까(디즈니편 - ①)

2023. 1. 2. 17:07미국 종목 파헤치기

수익성 악화·CEO 교체 등 정신없던 2022년
주가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아이거의 귀환, 비용 감축 통한 스트리밍 흑자 전환 기대
ESPN 분사 이슈도 지속 전망

물의 길

영화 '아바타:물의 길' 개봉에도 월트디즈니(DIS)의 주가가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디즈니의 주가는 영화 개봉 첫 주말 이후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아 올해 낙폭을 45%로 늘렸다. 

 

스트리밍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넷플릭스(NFLX)를 제치고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지만 디즈니의 주가는 연초 이후 줄기차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디즈니에 상당한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의 디즈니의 보관 금액은 미국 주식 보유 순위 20위를 차지했다. 

 

올해 디즈니 주가의 부진 원인과 2023년 디즈니를 둘러싼 이슈를 살펴보고 투자자들이 취해야 할 전략을 알아보자.

 

다사다난했던 2022년, 주식 성과는 1974년 이후 최악

지난 19일(현지시간) 디즈니의 주가는 장중 85달러대까지 밀리며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21일 현재 8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디즈니 주식은 1974년 이후 최악의 연간 성적으로 올 해 한해를 마감하게 된다. 이번 주 초 디즈니의 약세는 주로 예상보다 저조한 '아바타'의 흥행 성적 때문이었다. 디즈니는 미국 내에서 개봉 첫 주말 기대에 못 미쳤으며 중국에서도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디즈니의 영화 배급 글로벌 책임자인 토니챔버스는 한 기사에서 "문제는 코로나19가 극도로 위험하다고 들은 사람들이 그 누구도 극장에 가기를 원하지 않고, 영화관은 문을 열었지만 영화관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디즈니의 주가는 아바타 개봉 훨씬 이전부터 크게 흔들렸다. 종가 기준 지난해 3월 8일 201.91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후 주가는 대체로 내림세를 보여왔다. 주가가 내리면서 시가총액도 2000억 달러가량 증발했다. 

 

① 실적 부진

 

전반적인 주식시장 약세 속에서 디즈니가 시장 평균보다 못 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 디즈니 월드 등 주요 테마파크의 문을 닫으면서 어려움을 겪던 디즈니는 경제 재개방 이후 다시 테마파트로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는 상태다. 넷플릭스를 제치고 스트리밍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갖췄지만, 이 부문 역시 아직 수익을 못 내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실적은 말 그대로 '어닝 쇼크'였다. 회계연도 4분기(10월 1일까지 3개월간) 디즈니의 매출액은 201억 5000만달러로 월가 기대치에 10억 달러나 못 미쳤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조정 주당순이익은 30센트로 1년 전 37센트보다 줄었으며 시장 기대치 56센트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스트리밍 부문에서는 1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해 월가의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회계연도 전체 디즈니의 매출액은 82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해 1996 회계연도 이후 가장 강력했다. 하지만 회계연도 전체 순이익은 31억 9000만 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2018년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코로나 19 이후 영화관과 테마파크 사업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가운데 디즈니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스트리밍 사업인 '디즈니 플러스'였다. 스트리밍 업계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인 디즈니는 막대한 자금을 '디즈니 플러스' 확장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디즈니는 2억 3600만 명의 구독자로 2억 223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를 제치고 업계 1위에 등극했다. 밥 체이펙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이 같은 확장을 전제로 2024 회계연도 '디즈니 플러스'가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따. 

 

테마파크는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 탓에 마진 압박을 겪었다. 최근 분기 디즈니 테마파크 부문은 74억 2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매출을 냈지만, 영업 마진은 14.8%로 월가 기대치 20%를 크게 밑돌았다. 마진 압박에 디즈니는 테마파크 입장권 가격을 올렸다. 이로써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 입장권 가격은 기존 최고 159달러에서 189달러로 비싸졌다. 

 

※POINT※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막대한 매출, 1위 등극, 구독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월가의 예상치에 크게 밑돌았다는 점이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건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곧 주가로 연결된다. 

 

② '밥 스왑', 아거의 귀환

 

실적 부진에 디즈니는 CEO 전격 교체를 택했다. 원래 디즈니가 체이팩 CEO와 계약을 2025년까지 연장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아이거로의 교체는 회사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잘 말해주는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이거는 지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의 CEO를 맡았던 인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이후 아이거는 수석 회장으로서 2년간 자신이 선임한 체이펙 전 CEO가 디즈니에서 자리 잡는 것을 돕다가 회사를 떠났다. 

 

아이거는 회사 밖에서 체이펙 CEO를 지켜보며 실망감을 드러내곤 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거 CEO는 디즈니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회사가 영혼을 잃어가고 있다고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호의 키를 다시 잡은 아이거 CEO는 당장 회사 구조조정에 나섰다. 체이펙 전 CEO의 '오른팔'로 불리던 카림 대니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책임자부터 해임한 후 의사 결정을 창의적인 팀에 맡기고 비용을 합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거 CEO는 "우리의 목표는 몇 달 후 새로운 구조를 가동하는 것"이라며 "의심의 여지 없이 DMED(디즈니 미디어 앤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부션)의 요소들은 남겠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이 회사를 움직이게 하고 이것이 우리의 경영을 조직하는 방식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③ 정치권과 불편한 관계

 

이처럼 회사 내부적으로도 일이 많았지만, 디즈니는 정치·사회 문제와 엮이며 적잖게 구설에 올랐다. 시작은 디즈니월드가 있는 플로리다 주의회가 이른바 '게이 발설 금지' 법안을 통과하면서다. 공립 초등학교에서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 성적 취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이 법안이 디즈니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직원들이 크게 항의하자 처음에 이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던 체이펙 전 CEO는 플로리다주에서 모든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플로리다주와 부딪혔다. 

 

이에 공화당 소속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특별 자치구 형식으로 운영되던 디즈니에 대한 혜택을 없애 버리겠다고 선언했고, 주의회는 관련 입법에 나서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지난 55년간 이어오던 막대한 세제 혜택을 내년부터 받지 못하게 됐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가 특별지구로서 발행한 10억 달러의 지방채를 상환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디즈니는 충성도가 높은 연간 회원권 고객 폄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여름 디즈니는 투자자들에게 연간 회원들을 언급하며 '비우호적인 참여도'가 아니었다면 테마파크의 수익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연간 회원 고객들이 저렴하게 테마파크를 많이 이용한 게 수익성에 좋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연간 회원권을 보유한 고객들은 이를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이후 디즈니 고유의 서체로 '비우호적인 것들'이라고 적힌 티셔츠와 머그잔, 스티커가 온라인에서 판매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