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침체를 맞이하기엔 아직인가? 생각보다 강한 고용지표

thirbyyy 2023. 2. 17. 16:06
뉴욕 연은 총재 "제한적인 금리, 몇 년 간다"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에 시장, 6% 금리 베팅 확대
3월 점도표서 최종 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
기술 성장주에 악재, 60/40 포트폴리오 위협

 

지난 공개된 미국의 강력한 1월 고용 보고서가 투자자들을 걱정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메타플랫폼스 등 굵직한 빅테크 기업들의 연이은 대량 해고 소식에도 미국의 고용 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을 기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려온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이 멀어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제한적인 수준의 금리를 앞으로 몇 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완화하는 가운데서도 금리 인상을 당분간 지속해야 하며 섣불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공개 발언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4.50%~4.75%로 인상했다. 이로써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기준금리를 450bp나 올렸다. 윌리엄스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가 간신히 제한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제한된 지속되는 금리 예상

 

연착륙 혹은 경착륙 아니라 노(no)랜딩?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 연준이 연착륙경착륙 중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를 논하던 시장은 이제 노(no) 랜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 착륙'이란 연준이 시장이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까지 올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거나 침체 시기가 연기될 수 있지만 그만큼 연준은 오랫동안 긴축을 지속할 수 있다. 

 

이처럼 연준이 가까운 시일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 공개된 1월 고용 보고서 이후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비농업 부문에서는 51만 70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이는 18만 7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기대했던 시장의 전망을 뭉개버리는 결과였다. 실업률은 3.4%로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올해 추가 25bp의 금리 인상만을 기대했던 시장은 기준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을 자산 가격에 반영 중이다. 연준이 3월과 5월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올려 5.00~5.25%에 도달할 가능성을 가장 크게 반영하고 있다. 적잖은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6월까지 연준이 같은 속도로 인상을 지속해 기준금리가 5.25%~5.50%까지 상승할 확률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고용 보고서와 관련해 "이것은 우리가 왜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하는 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력한 고용시장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내려가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경제전망요약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예측치를 5.1%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이 수치가 유연한 상단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오는 지표에 따라 필요하면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햇다. 

 

 

3월 점도표 상향 조정에 대비하는 시장

 

연초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이나 하반기 피벗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3월 21~22일 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되는 점도표가 지난해 12월보다 높은 연말 기준금리 예측치를 확인해줄 것을 빠르게 자산 가격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오는 14일과 내달 14일 공개되는 1월, 2월 CPI지표가 예상보다 더딘 물가 내림세를 보이거나, 내달 10일 발표되는 2월 고용지표가 또한번 서프라이즈를 나타낸다면 이 같은 기대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금리 옵션시장에서는 연준이 6%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베팅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까지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오는 9월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가 기준금리를 6%까지 올리면 1억 3500만 달러를 벌 수 있는 대규모 옵션 포지션을 구축했다. 6%의 기준금리는 연준이 지난해 말 예상한 것보다 무려 100bp나 더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자산가격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고 앞으로 3~4개월간 미국과 유럽, 홍콩, 한국의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너무 좋은 고용지표가 정말 가리키는 것은

연준이 당분간 착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은 1월 고용지표는 헤드라인 수치만이 아니라 하위 항목에서도 탄탄한 고용시장을 확인했다. 레저 및 숙박업은 12만8000명을 새로 고용하며 일자리 증가를 주도했고 전문직 및 경영 서비스(8만2000명), 정부(7만 4000명), 헬스케어(5만8000명), 소매업(3만 명), 건설업(2만5000명)에서도 골고루 일자리 증가가 이뤄졌다. 연준이 주시하는 임금 역시 견조한 오름세를 보였는데, 1월 시간당 평균 소득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4% 각각 증가했다. 

 

예상보다 훨씬 강한 1월 고용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열기를 식히려고 하지만 고용시장의 저항이 상당히 강하다고 보고 침체 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로 전체 고용시장 분위기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기술기업들의 대량 해고를 전체 고용시장의 신호로 읽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지난달에도 기술 섹터의 일자리 순감소분은 16000개 밖에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발표하는 대규모 감원은 그들의 총 일자리 중 1%에 불과하며 그들이 얼마나 새로 고용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1월 고용 보고서가 일시적인 강세 요인을 반영해 다소 과장됐다는 진단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는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캘리포니아주의 교직원 파업, 강력한 계절 조정1월 고용 지표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계절적 영향을 고려할 때 1월 강력한 고용 지표는 올해 상반기 약한 수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기루 '피벗' 베팅 무분별 랠리 주의보

금리가 앞으로 몇 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면 분명 주식시장에는 악재다. 특히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개시한 지난해 초 전까지 투자자들의 자산을 불려준 성장주에는 더욱 그렇다. 연초 이후 S&P500지수는 이날까지 7.57%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4%가 넘는 랠리를 펼쳤다. 

 

금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면 그것은 기술주와 성장주, 나스닥에 부정적이다. 연준이 올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즉, 주식과 채권이 올해에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면서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평가되는 주식 60%대 채권 40% 전략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상승에 많은 배테랑 트레이더들이 놀랐다고 한다. S&P500지수가 4100선을 뚫고 내린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주들이 올해 기술주 랠리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공매도 비율이 가장 높은 10개 종목이 공매도 비율이 가장 낮은 10개 종목보다 14% 포인트가량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