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테슬라, 100% 급등 후 향하는 곳은
테슬라, 연저점에서 100% 뛰어 210달러대 거래
마스터 플랜 3 기대 및 오토 파일럿 우려 완화
가격 인하 정책에 재평가도 긍정적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TSLA)의 주가가 9일(현지시간) 8거래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52주래 최저치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 소외에 대한 공포) 속에서 200일 이동평균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9일 장 중 테슬라의 주가는 전장보다 5.02% 오른 211.39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테슬라는 214달러까지 오르며 상승 폭을 늘리기도 했다. 이로써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1월 6일 기록한 52주간 최저치 101.81달러에서 2배 이상 급등했다. 테슬라는 최근 15거래일 동안 14일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연속 오름세를 보인 지난 8거래일간 27%나 폭등했다. 연초 이후 상승 폭은 70%에 달한다.
테슬라 주가 급등은 주로 개인 투자자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주 미국 주식 매수 순매수 전체 중 테슬라 매수가 차지한 비중은 33%에 달했다. 테슬라는 유례없는 개인 투자자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급등 배경 5가지!
① 마스터 플랜
우선 일론 머스크가 예고한 '마스터 플랜 3'(Master Plan 3)가 테슬라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머스크는 지난 2006년과 2016년 마스터 플랜 1과 2를 각각 공개한 바 있다. 테슬라가 첫 전기차 '모델S'를 판매하기 6년 전인 2006년 공개된 마스터 플랜 1은 전 세계를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곳에서 태양광 정기 강제로 탈바꿈했다는 머스크의 비전이 담겼다.
플랜 1의 첫 번째 단계는 '모델S'와 '모델X' 플랫폼에서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것이었고 다음 단계는 스포츠카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모델3' 및 '모델Y'처럼 앞선 제품보다 저렴한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최종 단계로 머스크 CEO는 이보다도 저렴한 보급형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도 마스터 플랜 1의 최종 단계는 완수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3만 달러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해야 플랜 1의 마지막 단계가 완성될 것이라 보고 있다.
마스터 플랜 2는 전 세계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로 이끌기 위해 에너지 저장을 강조했다. 늘 햇살이 비추거나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저장해 꾸준히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게 이 같은 계획의 골자다. 지난 4년간 테슬라는 16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저장장치를 공급했으며 지난해 이 같은 배터리 저장장치 판매액은 39억 달러에 달했다.
다른 한편으로 플랜 2는 전기 트럭 생산 계획을 담았다. 대형 전기 트럭 테슬라 '세미'(Semi)는 지난해 12월 인도되기 시작했고, 사이버트럭은 올해 하반기 출하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마스터 플랜 2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념을 소개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가 기존 자동차에 비해 안전하며 사용자들이 차량을 로보택시와 같은 용도로 사용해 돈을 벌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플랜 1과 마찬가지로 플랜 2의 최종 단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내달 1일 테슬라의 '투자자의 날'에 머스크가 공개할 마스터 플랜 3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8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머스크는 마스터 플랜 3에 자동차 생산 확대와 배터리 원자재 및 부품과 같이 이를 지원하는 공급망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내달 미국 텍사스주 기가팩토리에서 열리는 투자자의 날 머스크는 차세대 차량 생산 플랫폼에 대해서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현재보다 절반의 비용을 들여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비용이 내려가게 되면 현재 미국 기준 최저 4만 3490달러보다 더 저렴한 차량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해져 마스터 플랜 1의 마지막 단계가 완수된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장기 확장 계획과 자본 배분과 같은 다른 경영 이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② 2021년 텍사스 사고에 대한 NTSB의 판결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테슬라 차 사고와 관련해 내린 판단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됐다. NTSB는 이날 지난 2021년 텍사스주 스프링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 사고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기능인 '오토 파일럿'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2019년형 테슬라 '모델S P100D'를 몰던 운전자는 당시 운저대를 잡기 전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시속 57마일의 속도로 나무에 충돌했다. 운전자와 탑승자는 모두 사망했다. 이 때문에 NTSB는 음주와 과속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테슬라는 '오토 파일럿'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테슬라가 자체 생산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기능을 이용한 경우 추돌 사고는 주행 거리 626만 마일 중 1차례에 불과했다. 오토 파일럿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171만 마일 중 한 번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③ 멕시코 공장 기대
투자자들은 멕시코에 새로 지어질 테슬라 전기차 공장에 대한 기대로도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멕시코 공장은 테슬라의 5번째 차량 생산 기지가 된다. 현재까지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 독일, 중국 상하이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네바다주에는 대규모 배터리 생산이 구축돼 있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테슬라 공장 부지 후보로 멕시코 동북부를 언급했다. 누에보 레온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새 공장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것이 테슬라의 생산 확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테슬라는 연 2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데 월가는 2025년까지 이 규모가 300만 대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공장 역시 생산 여력을 확대할 수 있지만 생산량 확대에는 새 공장 건설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④ 예상보다 괜찮은 실적
저가 매수 심리가 아닌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로 테슬라의 주가가 뛰기 시작한 것은 최근 분기 실적이 공개된 지난달 25일 이후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36억 9000만 달러의 매출액과 1.19달러의 조정 주당 순이익을 기록해 1년 전 23억 달러의 매출, 68센트의 주당 순익에서 성장을 이어갔다. 이는 주당 1.13달러의 순익을 낼 것으로 본 월가의 기대치를 웃돈 결과엿다.
생산 확대 계획도 유지했다. 테슬라는 앞으로도 수년간 평균 50%의 출하량 증가를 목표로 계속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해 137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1년 전보다 47%의 생산 확대를 이뤘다.
⑤ 자동차 가격 인하의 재평가
테슬라가 지난해부터 지속한 가격 인하 정책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수요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한 마디로 잘 팔리지 않으니 가격을 깎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연초 테슬라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테슬라 차량 가격을 최대 20%나 낮췄다.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가 판매하는 자동차 평균 가격은 지난 5년간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테슬라는 1월 차량 주문이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차량 주문 급증으로 테슬라가 상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생산량을 2월과 3월 매주 평균 2만 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독일에서 생산한 '모델Y'의 출하 대기 기간도 늘어났다.
테슬라가 이처럼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강력한 비용 경쟁력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인하가 테슬라 마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마진이 견조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전체 전기차 산업에서도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테슬라가 평균 판매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지난 5년간 테슬라의 영업마진은 마이너스 15%에서 15%로 오히려 개선됐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경제 재개방을 진행 중인 중국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델Y'와 '모델3' 가격 인하는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대한 수요를 분명히 확대하고 있으며 리오프닝과 엮여 분명히 테슬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⑥ 트위터 드라마 우려 완화
지난해 이후 테슬라의 주가 급락 원인으로 자주 언급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논란이 잦아든 점 역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다. 머스크의 트위터 집착은 테슬라에 CEO가 없다는 우려로 이어졌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며 테슬라 주식을 대규모 매각했다는 사실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조성했다.
다만 최근에는 머스크가 더욱 테슬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같은 우려가 가라앉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백악관을 방문해 전기차와 관련해 논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던 테슬라 '모델Y'까지 보조금 혜택을 확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바이든 행저부와 각을 세웠던 머스크가 테슬라의 경영자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도 해석됐다.
"아직 팔지 마" vs "일부 차익실현도 낫 베드"
테슬라의 주가는 이제 지난해 11월 초 수준으로 회복했다. 전날을 제외하고 테슬라가 200달러를 마지막으로 터치한 것은 지난 11월 15일 마지막이다. 100% 급등 후 테슬라 투자자들은 주가의 향방에 관심을 쏟고 있다.
거시 여건은 불확실하고 곧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지만 테슬라는 가격 측면에서 좋은 입지를 구축했으며, 2023년 들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난해 10월 27일 종가보다 약 6.6%가 낮다. 지난 2021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409달러보다도 47%가량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내달 1일 '투자자의 날'까지 이전보다 느린 속도로 상승하거나,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후 최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인공지능 테마로 자금을 대거 옮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주가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거나 익스포저 확대를 피하고 투자 수요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체 종목으로 쏠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