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가] 中 리오프팅 기세 타고 '100달러 돌파론' 고조
"유가 중기 추세선 막 회복, 시세 바닥 공고"
中 올해 수요 증가분 30%, 공급 제한 판단
선물시장은 혼란상, 상승-하락 모두 상정
월가에서 유가 100달러 돌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감, 대러시아 제재, 미국을 비롯한 산유국의 제한적인 생산여력 등 3가지 요인이 맞물려 긴축적인 수급 여건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각에서는 140달러 도달 주장도 나온다.
유가 중기 추세선 막 회복
현재 유가의 국제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6일 유럽 선물시장 종가 기준 배럴당 84.46달러다. 작년 3월 14년 만의 최고치이자 연중 최고가인 127.98달러에서 34% 밀린 상황이지만 12월부터 바닥을 시험하면서 반등을 시도 중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시세는 78.85달러에서 거래되며 이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작년 세계적인 통화긴축과 각국의 비축유 방출에 따라 하락했던 유가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에 의한 수요 기대감 때문이다. 아직까지 세계 원유시장이 공급 문제로 혼란을 앓는 가운데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회복하면 유가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최근 유가 반등은 브렌트유와 WTI 모두 중기 추세선을 회복하면서 관심도가 끌어올려진 양상이다. 두 시세 모두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지만 50일 이평선을 두 달 만에 다시 회복한 상태다. 이에 대해 TAC에너지는 "지속되는 공급 문제와 수요 회복이 겹치면서 시세 바닥 주장의 근거가 공고해졌다"고 풀이했다.
"중국 수요 증가분 30% 차지"
강세론자들이 예견하는 100달러대 진입 시점은 수개월 안이다. 코로나19 상시 검사 규제 폐지, 외국발 중국 본토 입국자 격리 해제 등 중국의 방역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서다. 미국과 유럽의 수요가 부진하지만 중국 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관련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작년과 올해 세계 수요량을 각각 하루 9900만배럴과 1억 160만배럴로 전망했다. 올해 수요가 작년 대비 260만배럴 늘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컨설팅사 전망치에 의하면 올해 중국의 증가분은 하루 80만배럴로 예상됐다.
종합하면 중국이 올해 증가분의 30%가량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 셈이다. 중국이 세계 석유 소비량의 13%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같은 증가폭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유가 강세를 예상하는 ING의 워런 패터슨과 에와 맨티 전략가는 중국이 올해 증가분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나아가서는 140달러대 전망도 나왔다. 관련 전망을 제시한 인물은 에너지 전문 헤지펀드 안두란드캐피털의 피에르 안두란드 창립자로 그는 제트 연료 수요량을 예로 들며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정도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19년 수준을 250만배럴 밑도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안두란드 창립자는 실현 가능성이 큰 전망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중국 경제활동이 완전히 재개되고 전 세계가 코로나 19 사태에서 최종적으로 벗어나면 올해 세계 전체 수요량은 작년 대비 460만배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EA 전망치의 2배에 해당하는 증가분이다.
러시아 위축, 셰일 증산 전망
당장 강세론자 사이에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수요, 특히 중국이지만 이들 관련 주장의 배경에는 제한적인 공급 여력이 전제로 깔려있다. 서구의 제재에 의한 러시아 생산량 감소 전망과 미국의 비축유 감소, OPEC+의 제한된 생산 능력, 미국 원유 기업의 증산에 대한 소극적 태도 때문이다.
앞서 러이사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고 러시아산 수입을 소량만 인정하기로 한 유럽연합(EU)은 2월 5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신규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미 앞선 제재로 생산이 위축된 러시아산의 공급량이 추가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커리 책임자는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와 관련된 해상운송, 보험, 자금조달을 둘러싼 법적 위험이 커진 가운데 러시아산은 점점 갈 곳을 잃었다"며 "중국과 인도에서조차 러시아산 수입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석유의 감소분을 OPEC+가 증산을 통해 대체하는 것 또한 가능하지만 OPEC+ 회원국의 생산여력은 투자 부족 등으로 훼손된 상태다. 그렇다고 미국에 작년처럼 전략비축유 방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미국의 비축유 규모는 1980년대 초반 이후 최저치로 줄었다.
셰일업계 증산 역시 난망이다. 증산에 민감한 투자자로 인해 인력 채용이나 설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기류 자체가 재무규율에 초점을 둬 주주환원을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투자를 늘리려고 해도 절강 등 원자재값이 급등한 탓에 손 쓰기가 어렵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일간 생산량이 연말에 가서는 1월 대비 4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中 역풍 경계, 러 과소평가 지적도
현재 당장의 원유시장의 수급 상황은 공급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비축유 방출 등의 덕분에 대체로 균형이 잡혔다는 시각이 있다. 이 때문에 100달러, 나아가 140달러 돌파 주장도 나오지만 큰 폭의 변동성을 점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3가지 요인이 틀어지거나 심각한 경제 침체가 발생하는 등 변수가 생기면 급락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급락 가능성도 바라보는 전문가는 중국의 리오프닝발 역풍을 경계한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불러와 중국 산업을 다시 위축시켜 원유 수요를 끌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면 일할 인력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중국의 원유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러시아의 생산능력 위축도 강세론자들의 예상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러시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인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해상 원유 수출은 1월 13일까지 한 주 동안 전주 대비 하루 평균 87만 6000배럴 늘어난 380만배럴로 작년 4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의 제재 극복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물시장은 '혼란상'
두 가능성 모두 저울질하는 선물시장에는 혼란이 있는 듯 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시장에서는 최근월물과 차월물의 가격 차이가 '콘탱고' 상황이 됐다. 콘탱고는 만기가 먼 원월물 가격이 가까운 근월물보다 비싼 상황을 의미한다. 여기서 원월물은 4월물, 근월물은 3월물이 된다. 16일 종가 기준 3월물 가격은 84.46달러, 4월물은 84.66달러다.
원자재 선물시장은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싼 '백웨데이션'이 통상적이다. 원자재 선물시장은 차후 저렴하게 팔더라도 가격이 더 떨어질 위험을 상정하고 가격을 고정해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려는 생산자가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월물 시세에 하락 압력이 있는 게 보통 경우다.
하지만 미래에 인도할 재고가 많아져 관련 재고의 관리비도 덩달아 불어나면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 가격보다 비싸진다. 즉 이런 콘탱고 상황은 선물시장 거래자들이 재고가 많다고 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현재 선물시장 상황은 단기적으로 재고 부담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반면 3월물과 4월물이 콘탱고인 상황과 달리 3월물과 6월물은 백워데이션이다. 백워데이션은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원월물을 매도해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한 마디로 원유시장에는 상승과 하락 기대감 모두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만기별 가격 차이로 보면 복잡한 양상이라고 했다. 3월물의 종가는 84.46달러 6월물은 84.08달러다.
S&P글로벌은 아예 올해 시세 방향을 3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전면적으로 이뤄져 유가가 121달러로 오르는 경우, 둘째는 경기 침체로 70달러로 밀리는 상황, 셋째는 기본 시나리오로 90달러를 기록하는 경우다. S&P글로벌은 일단 기본적으로 올해 중국 소비량이 하루 1570만배럴로 작년보다 약 70만배럴 늘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 설문 집계치 80만배럴과 대동소이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당장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에 따라 전망의 무게가 상승으로 실리지만 차후 경기에 대한 시장의 '완만한 후퇴'라는 기대가 엇나가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 분위기는 되돌려져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중국의 리오프닝 전개 추이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양비론도 존재한다. 유가가 등락하며 현재 수준에 머문다는 관점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에 의해 수요가 급증한다고 해도 경기 하강에 따른 소비 감소폭이 커 결국 증가분이 0에 가까워진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에너지 업계 임원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3분의 2가 올해 WTI 시세가 70~90달러에서 추이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