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쇼크' 실물자산이 이긴다, 큰손들 베팅하는 곳은 ②
금값 온스당 2000달러 넘고 3000달러까지 뛴다
연말 금값 강세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도는 동시에 경기 침체 리스크가 고조된 데 따라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동시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1월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앞으로 12개월 이내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가 77%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0년 팬데믹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골드만 삭스가 2023년 미국 경제의 연착률을 예고하는 등 일부에서 낙관론을 제시했지만 경계의 목소리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월가의 큰손들이 고수익률을 노린 베팅보다 원금을 지키는 데 무게를 두고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2022년 초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과 강달러에 시달린 금을 놓고 월가가 강세론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요사키는 이번 트위터에서 금값이 2023년 온스당 2000달러를 뚫고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추세적인 강세 흐름을 타고 온스당 3000달러 선을 밟게 될 가능성을 점쳣다.
업계에 따르면 금값은 2020년 팬데믹이 지구촌을 강타,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된 데 따라 종가 기준 온스당 2028달러까지 뛰었고, 이후 이른바 슈퍼 부양책에 자산시장이 랠리하면서 2021년 2월 말 17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박스권에서 등락했던 금값은 2022년 초 물가 폭등에 대한 경계감이 번지면서 다시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뚫고 올랐지만 연준의 과격한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를 악재로 10월 하순 1621달러까지 후퇴했다.
최근 약 2개월 사이 연준의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면서 금값은 완만하게 반등, 온스당 1780달러 선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12월 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3년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고 금값의 추가 상승을 예고했다.
연준의 이른바 피벗이 금값에 커다란 상승 모멘텀을 제공, 온스당 200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은행은 "상업적인 수요가 제한적인 가운데 금값은 투자 수요에 따라 등락하는 측면이 크다"며 "2023년 금리 인상의 종료와 달러화 하락 반전이 금에 대한 투자 열기를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주요국 중앙은행은 2022년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특히 터키와 이집트, 이라크, 인도, 아일랜드의 금 보유량이 대폭 늘어났다.
중앙은행이 금 현선물 시장에서 존재감이 작지 않은 수요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의 움직임은 향후 금값 전망을 낙관하게 하는 대목이라는 해석이다.
중앙은행이 금 매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25%가 향후 금 매입 확대 의사를 밝혔다. 이는 2021년 21%를 웃도는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을 통해 미국 기준금리가 5.25%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종전 5%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 때문에 금값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비중 확대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준이 매파 정책을 고집할 경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어질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연준의 금리인하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0% 추락한 은 '황소장' 펼쳐진다
금과 함께 뜨거운 기대를 모으는 실물 자산으로 은이 손꼽힌다. 로저스는 2023년 은이 금보다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상 최고치 대비 80% 가까이 추락한 만큼 반등의 에너지가 더욱 클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은이 금을 강하게 아웃퍼폼했다. 금/은 가격 비율이 77.65포인트까지 하락,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낸 것
은 가격의 상승 모멘텀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2022년 초 온스당 27달러 선에 근접했던 은값은 9월 초 17.66달러까지 후퇴했지만 이후 최근까지 상승 탄력을 과시하며 22.33달러까지 올랐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하락 베팅에서 발을 뺐다. 지난 12월 1일 TD증권은 전략적인 은 하락 베팅 포지션을 청산했다고 밝혔다.
은값이 10월 저점에서 25% 랠리한 데 따라 하락 포지션에서 14%의 손실이 발생하자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TD증권의 다니엘 갈리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보고서를 내고 "은값이 반등하자 약세론자들이 숏 커버링에 나서면서 상승폭을 더욱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 매체 킷코는 월간 차트를 근거로 볼 때 은 가격이 온스당 18달러에서 무너뜨리기 어려운 바닥을 다졌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아울러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은 가격이 추세적인 반등이 확인됐고, 앞으로 30달러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서도 은값의 상승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광산업계 전문지 마이닝닷컴과 은 협회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은 수요가 12억 1000만온스로 전년 대비 16% 급증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세계 은의 공급 부족이 1억 9400만온스로, 전년 4800만온스에서 4배 가까이 급증한 동시에 수 십년래 최대 규모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국가별로, 인도의 은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인도의 은 수입은 2022년 1~8월 사이 6370톤에 달했따. 이는 2021년 연간 수입 물량 2803톤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이와 함께 태양광 패널과 전자제품 등 산업용 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식킹알파는 글로벌 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2023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점치고, 유망 자산들 가운데 단연 톱픽이라고 밝혔다.
공급 부족과 함께 연준의 금리인상이 종료 수순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은값 강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견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를 통한 은값 상승 베팅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산 규모 101억달러에 이르는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SLV)와 10억달러를 웃도는 애버딘 피지컬 실버 셰어 ETF(SIVR)가 꼽힌다.
2022년 초 이후 SLV가 약 5%의 손실을 기록했고, SIVR도 4.8%의 손실을 냈다. 이 밖에 프로셰어 울트라 실버(AGQ)가 같은 기간 약 21%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인베스코 DB 실버(DVS)가 6%를 웃도는 손실을 냈다.
부동산 시장은 '혹한기' 美 집값 10년만에 첫 하락
투자은행 업계와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2023년 미국 집값 하락을 점치고 있다. 주택 가격이 10년만에 첫 연간 하락을 나타낼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미국 주택 시장의 '크래시'를 경고하는 상황이다. 20%에 달하는 집값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금융 매체 포춘은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2000년대 초반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저금리에 기대 모기지 대출이 급증했고, 그 과정에 신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른바 서브프라임 대출이 제공됐다.
2006년부터 미국 주택시장은 약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이 맞물리면서 2008년 구조적인 위기로 치달았다. 2020년 팬데믹 사태를 빌미로 한 저금리 기조와 값싼 자금에 기댄 자산 버블, 2022년 3월 이후 연준의 과격한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과거와 흡사하다고 포춘은 주장한다.
미국 집값은 2006~2012년 사이 26% 떨어졌다. 모간 스탠리와 회계 컨설팅 업체 KPMG, 골드만 삭스, 무디스 애널리틱스 등 IB와 금융 기관들은 일제히 2023년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을 점치고 있다.
케이스 쉴러 전미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이미 미국 주요 도시의 집값은 2022년 6~9월 사이 2.2% 떨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주택 가격은 2012년 이후 첫 월간 하락을 나타낸 동시에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폭의 내림세를 연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펜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주택 가격 상승폭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락이 본격화될 때 골이 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부동산 중개 업체 리드핀은 2023년 집값이 4%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미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는 1.5% 하락을 점쳤다.
미국 최대 모기지 은행으로 꼽히는 웰스 파고는 2023년 주택 가격이 5.5% 급락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8% 급락을 예고했다.
골드만 삭스는 2023년 미국 주택 시장의 낙폭이 5~1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고, ING 역시 5~10% 폭락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밖에 모간 스탠리가 2022년 6월부터 2024년 사이 고점과 저점을 기준으로 10%의 하락을 예상했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이미 주택 가격 하락이 가시화되는 상황이고, 2023년 가격 낙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포브스는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헤지 효과를 제공하는 자산으로 통하지만 이번에는 장기화되는 고물가에 피난처를 제공햊귀 어렵다는 지적이다. 2020년 초 이후 가격 상승이 한계 수위에 이른 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이제 시작 단계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