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종류와 분배금 · 운용보수, 세금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적은 투자금과 비용으로도 여러 우량한 투자처에 동시 투자가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시세를 보면서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다. 기존 펀드가 갖는 분산투자 비용과 편의성의 한계를 무너뜨렸기에 이같은 평가가 뒤따른다.
저비용과 편의성으로 무장한 ETF는 이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필수 수단이 됐다. 국내 주식과 달리 익숙함이 떨어져 멀게만 느껴진 여러 해외 종목도 몇 번의 버튼 클릭만으로 동시에 분산 투자가 가능해졌다. '투자는 단순해야 한다'는 워렌 버핏의 철칙이 국경을 초월하며 실현되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ETF, 사실 뒤에는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게 많다. ETF 자체에도 종류가 다양하고 그 형태도 날로 진화 중인 까닭이다. 해외 ETF는 세금이 달리 적용되고 일부 상품은 수익률 산정 방식도 다르다. 구조적인 수급상의 이유로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번 글은 ETF에 대해 투자자가 한 번 알면 좋을 점들을 소개하기 위해 써보았다.
지수화 가능하면 투자 대상
ETF는 주가지수 S&P500이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특정 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말한다. 이 지수를 기초지수라고 한다. 주식처럼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ETF가 추종하는 지수 자체가 여러 종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ETF 1개에만 투자해도 분산투자가 가능하단 의미다.
통상 투자자들은 지수라고 하면 주가지수가 익숙한 까닭에 ETF라고 하면 주식형 ETF를 떠올리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주가지수 S&P500을 추종하는 'SPDR S&P500'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를 추종하는 SPDR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ETF(DJA)'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인베스코QQQ 트러스트(QQQ)'도 투자자들이 익히 아는 상품이다.
하지만 지수에는 주가지수만 있는 게 아니다. 채권지수나 선물지수도 존재한다. 따라서 시장가격이 존재하고 지수화가 가능한 자산 모두 ETF 투자 대상이다. 예로 '뱅가드토본드마켓 ETF(BND)'의 기초지수는 '불룸버그미국종합변동조정지수'다. 이 지수는 잔존만기가 1년 초과인 미국 국채·회사채·주택담보대출증권(MBS) 등의 성과를 추종한다. 다시 말해 BND는 초단기물을 제외한 미국 채권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기초지수는 운용사가 산출하는게 아니다. 불룸버그나 S&P500다우존스인디시즈, IHS마킷 등 지수산출어베가 여러 테마의 지수를 만들고 운용사 측은 사용료를 내고 지수를 활용해 ETF를 만든다. 이렇게 특정 자산군의 성과를 추종하는 지수를 활용할 수 있는 까닭에 파생상품을 운용해 기초지수와 반대되는 성과를 구현하는 소위 '인버스 ETF'등과 같은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
액티브와 패시브 ETF란?
ETF 종류는 운용 형태에 따라 크게 패시브와 액티브 사움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수동적인'이라는 의미의 'Passive'가 붙은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을 말한다. 흔히 아는 ETF다. S&P500정보기술(IT)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있다면 관련 지수의 구성 비중이나 종목을 모두 따라 해 동일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이 지수가 올해 들어 5% 떨어졌다면 ETF 역시 5% 하락하도록 설계된 게 패시브 상품이다.
그러나 기초지수를 추종한다고 '절대적으로 동일한' 수익률을 내는 것은 아니다. 예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패시브 상품인 '아이셰어스 블룸버그롤셀렉트코모디티 스트래티지 ETF(CMDY)'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인데 반해 이 상품의 기초지수 성과는 23%로 더 높다. 기초지수를 따라 완벽히 투자한다고 해도 ETF에는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거래비용 등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아울러 ETF 수익률을 산정할 때는 보유 주식의 배당금 등이 포함되지만 기초지수는 배당금을 포함하지 않고 성과를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또 기초지수가 배당금을 포함해도 ETF가 보유한 해외 주식의 배당금에는 과세가 되기 때문에 세금을 공제하지 않은 기초지수와 수익률 차이가 생긴다. 즉 기초지수는 보유 증권의 성과를 그대로 표현하는 데 반해 ETF는 보유 증권의 배당금이나 이에 따른 세금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에 구애받지 않고 펀드매니저 재량껏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사실상 기초지수 개념이 없어지고 성과 비교 대상인 벤치마크만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 사이에서 소위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아크이노베이션 ETF(ARKK)' 가 액티브 상품이다. ARKK의 벤치마크는 S&P500과 MSCI세계주가지수다.
패시브 상품은 기초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까닭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으나 액티브 상품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의 미래 구성을 예상하기가 어려워 불확실하다는 측면이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액티브 ETF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으나 아직은 패시브 상품이 대세를 이룬다. ETFGI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전세계 ETF 운용자산 9조4000억달러 가운데 중 액티브의 비중은 4.2%로 조사됐다.
ETF의 기초지수 추종 방법
기초지수를 추종한다는 ETF, 이 ETF는 어떻게 지수를 추종할까. 기초지수를 따라 수백개 종목까지는 똑같이 사는 게 가능하다고 해도 지수 구성 종목이 수천개에 달하는 경우 어떻게 전부 매입할 수 있을까. 심지어 블룸버그종합채권지수는 미국 채권 1만여개로 구성됐다.
ETF의 기초지수 추종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는 기초지수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복제하는 '풀레플리케이션(Full Replication; 완벽 복제)'이고 둘째는 기초지수의 대표 증권만 보유하는 '샘플링(Sampling; 부분 복제)'이다. 풀레플리케이션은 기초지수가 보유한 증권이나 보유 방식 등을 모두 따라 한다. 앞서 언급한 SPY와 DJA가 그 예다. 다만 풀레플리케이션 ETF라고 해도 기초지수를 완벽히 따라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기초지수 구성 좀목이 거래가 중단되거나 수급상의 이유로 매매가 불가능한 때가 그렇다. SPY 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는 관련 상품 설명서에서 이같은 상황을 지수추종 위험으로 분류해 언급했다.
샘플링은 기초지수에 포함된 증권의 수가 너무 많아 전부 투자하기 어렵거나 구성 방식이 복잡할 때 쓰인다. 지수를 대표하는 일부 증권만 보유해 기초지수 수익률과의 상관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채권은 주식보다는 매매 빈도가 낮고 만기나 표면금리 등이 다양한 까닭에 기초지수에 있는 모든 증권에 투자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채권 ETF다수가 샘플링 방법을 쓴다.
샘플링 방법을 쓰는 주식 ETF에는 '아이셰어스 러셀2000 ETF(WMA)'가 있다. 미국 소형주 2000개로 구성된 러셀2000을 기초지수로 둔 WMA는 기초지수 종목의 90%만 보유한다. 나머지는 선물, 옵션 등의 파생상품이나 기초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증권에 투자한다. 모든 종목에 투자해 거래 비용만 느리느리 차라리 일부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게 수익률 복제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레버리지 ETF
ETF는 수익률 달성 방식에 따라 그 형태가 나뉘기도 한다. 기초지수와 동일한 성과를 추구하는 일반 상품과 기초지수와 정반대의 성과를 목표로 하는 '인버스' 상품, 기초지수 성과의 1.5배 혹은 3배 달성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 -1.5배 또는 -3배 등의 성과를 추구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 등이 있다. 인버스나 레버리지 상품은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을 섞어 운용하는 까닭에 위험도가 높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레버리지 ETF를 설명하면 레버리지 ETF는 성과가 기초지수 등락률의 '1배 초과'가 되도록 설계된 상품을 통칭한다. 상품에 따라 기초지수 변동폭의 1.5배나 2배 혹은 3배 등의 성과를 내도록 만들어졌다. 예로 S&P500의 하루 상승률이 3%라면 2배짜리 상품의 당일 수익률은 6%, 3배짜리는 9%가 되게끔 설계된다.
수익률 일별 산정의 함정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때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초지수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 손실폭이 '배'로 확대된다는 것 외에도 통상 수익률이 하루 단위로 산정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포트폴리오를 매일 리밸런싱(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자산을 매매해 자산 배분 상태를 유지하는 행위)하기 때문인데 목표인 배 단위의 성과를 실현하려면 포트폴리오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까닭이다. 기초지수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거래수익이 발생하자마 재투자해야 펀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 일별 산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가격 등락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그 폭이 큰 상황이 계속되면 최종 시점에서의 수익률은 기대보다 저조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옵션과 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기초지수와 반대되는 성과를 목표로 하는 인버스 ETF 역시 수익률이 하루 단위로 산정된다. 모두 장기 투자에 부적절한 상품인 셈이다.
수익률 일별 산정의 맹점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수익률을 일별로 산정하고 가격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할 때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음의 복리효과'라고 한다. 레버리지가 높을 수록 낙폭시 손해는 더 커진다.
ETF 분배금 지급 방식
ETF에도 주식처럼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현금 등으로 환원하는 배당금이 존재한다. 다만 ETF에는 배당금보다는 분배금으로 불리는 게 통상적이다. 주식처럼 분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월마다 주기도 한다. ETF에 편입된 주식이나 채권에서 분배금이나 이자가 나오면 이를 모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형식이다.
분배금 산정은 각 투자자가 보유한 ETF 주식 수량의 비율에 따라 이뤄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투자자 A가 발행주식 수가 100좌인 B ETF를 10주 샀다고 가정하다. 또 B ETF는 분기별로 주당 1달러씩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 5종류를 각 모두 10주씩 보유 중이라고 해보자. 이렇게 되면 ETF 발행주식수의 10%를 보유 중인 A는 분기마다 지급되는 총 50달러의 배당금 중 10%인 5만달러만 받게 된다.
분배금 지급 시기는 ETF마다 다르다. 따라서 분배금을 받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주명부 기준일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주명부 기준일은 회사가 투자자의 주주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다. 배당금을 받으려면 주주명부 기준ㅇ리에 자신의 이름이 명부에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명부 기준일 2영업일 전까지는 ETF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준일이나 2영업일 사이에 휴일이 껴있으면 그날을 제외하고 계산한다. 기준일로부터 약 40일 안에 분배금이 지급된다.
모든 ETF가 분배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금 선물이나 원요 선물 ETF 등 기초지수의 자산이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배금이 제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용보수 계산법
ETF는 펀드처럼 운용보수가 존재한다. 운용보수는 투자자가 매년 투자금액의 일부를 운용사 측에 내는 수수료다. 운용보수라고 해서 온전히 ETF 운용에 따른 보수처럼 보이지만 지수 사용료나 마케팅 비용 등 운용사가 상품 운용에 필요한 경비 등도 합산해 청구한다. 운용보수는 백분율, 즉 퍼센티지로 표시되는데 여기에 상품 회계연도 말 시점의 투자금을 곱해 산정한다.
다만 관련 예시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포트폴리오의 자산 배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산을 매매하는 행위)에 의한 거래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ETF나 펀드는 리밸런싱이나 투자 목격에 따라 보유 자산을 매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거래세 등 비용이 생긴다. 이런 보유 자산의 매매를 포트폴리오 회전이라고도 한다. 포트폴리오 회전 비용은 일반적으로 ETF 운용보수 산정 시 포함되지 않고 수익률에 반영된다. 회전만 잦고 매매차익은 크지 않다면 상품의 투자 성과를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레버리지 ETF처럼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ETF는 보수율이 높다. 나스닥100에 연동하는 '인베스코 QQQ트러스트(QQQ)'의 운용 보수율은 0.2%인 반면 나스닥100 성과의 3배를 목표로 하는 TQQQ는 0.95%다. 레버리지 ETF의 잦은 리밸런싱에 따른 증권거래세 등은 보수율에 산정되지 않지만 옵션 계약 때 거래 상대방에게 지불하는 프리미엄이나 스와프 거래에서 지급하는 이자는 보수율 산정에 포함된다.